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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날씨가 한참 가라앉고 있다.

어제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오고, 한해를 보낼 준비하는 썰렁한 마음이 드는 날이었다.

 

문득 어릴적 이때쯤인가 아버지를 따라 읍내에서 아침에 설렁탕을 먹은 어슴푸레한 기억이 떠오른다. (무슨일인지 기억이 안나지만) 일이 있어서 읍내에서 밤을 새고 아버지등에서 새곤새곤 자다가 추워서 깨워보니 나를 업고 길을 걷고 계셨다.

 

새벽의 추위에 아버지 입김이 모락모락나는 것과 국을 끓이느라 김이 모락모락 났던 어느 초라한 음식점의 앞모습... 설렁탕집으로 들어갔다.

 

- 동네에서 먹은 설렁탕... 설렁탕집은 유난히 깍두기와 김치가 맛있다.

이 집도 설렁탕 맛도 괜찮지만 깍두기 맛이 일품이다.

 

 

평소에 무뚝뚝한 분이지만 등에서 식당의 따끈한 방바닥에 나를 내려놓으며 보던 아버지의 따뜻한 눈길을 잊을수가 없다.

아마 그때 자장면을 사달라고 땡깡을 부렸던 것 같기도 하다...-.-

아침이라 자장면은 안판다고 달래고 그 당시 500원정도 했던 설렁탕을 사주셨다.

(이 기억때문지 god의 노래가사중... '어머님은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라는 가사에서 '아버님은 자장면을 안판다고 하셨어.. 으아아' 라는 어처구니 없는 가사로 흥얼거리기도 했던...^^)

 

어릴적이야 진하게 우려낸 고기국물을 맛을 알리가 없던 나에게 숟가락을 집어주며 얼른 먹으라고 하시며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그제야 숟가락을 드셨던 아버지...

 

이런 기억때문인지 학창시절에도 도서관에서 밤을 새다가 새벽에 과동기들이나 후배들을 데리고 설렁탕을 집을 간적이 있곤하다.

설렁탕집의 깍두기와 김치는 왜 그렇게 맛있는지 참 소주안주에 그만인 것 같다.

새벽의 음식점안에서 희뿌옇게 뿜어내는 가마솥의 김을 보면, 어릴적의 추억과 함께 마음이 쭉 가라앉고 술생각이 아주 심하게 났던 것 같다.

 

그래서 이때 설렁탕을 먹다가 소주를 반주로 먹는다는게 과해서 잔뜩 취해서 시험본적도 있다...^^

나야 워낙 취중시험을 많이 봐서 괜찮지만 술이 약한 친구들은 다음 학기에 다시 들어야했다.^^

 

 

아버지와 먹던 - 김이 모락모락나는 하얀 고기국물에 시골읍내의 인심가득한 고기들, 파송송 뿌린 국물이 오늘따라 참 기억이 난다.

 

요즘 가끔 설렁탕을 먹다보면 정말 '설렁설렁' 끓인 설렁탕을 많이 만나게 된다.

숟가락으로 설렁탕에 소금을 넣고 젓다가 보면 내용물을 보고 마음이 썰렁해지는 느낌이 드는 설렁탕도 있다...-.-

물론 맛있게 하는 설렁탕 전문점도 많지만 옛날 그맛을 잊지 못해서인지 그맛이 나는 설렁탕을 만나기 힘들다.

 

 

설렁탕은 겨울아침에 입에 나오는 입김과 가마솥에서 모락모락 올라오는 희뿌연 김이 생각나게 하는 음식이다.

그래서 영화 '친구' 장면에서 장동건이 죽는 장면전에 - 포장마차에서 나오며 뿜어내던 희뿌연 입김인가 담배연기에서 나는 설렁탕이 생각났다...-.-

 

하여튼 오늘 아침은 심하게 설렁탕에 소주 한 잔이 땡기는 날이다.

잘자고 아침에 일어나서 술이 생각나는 것은 오늘이 처음인 것 같다...^^ 

 

 

마음에 모닥불이 필요한 새벽이다.